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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世智園] 노인(老人)·노인(努人)·노인(勞人)

낮은곳에 서서 2013. 4. 22. 22:21

매일경제 | 입력 2013.04.22 17:29

 

태어나서 살다가 늙고 병이 들어 죽음에 이르는 길. 인생을 줄이면 생노병사(生老病死)로 정리된다. 젊은이들에게 노년은 '낯선 타국'과 같지만 언젠가는 온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한.

노인의 모습을 언어 유희를 통해 풀어보면 참 흥미롭다.

먼저 '사람이 아니다'의 노인이다. 노인(No人)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혜를 쌓지 못해 반사회적인 행동과 언행으로 주변 사람이나 후손ㆍ후예들에게 폐를 끼치는 노인을 일컫는다. 집안에서도 배척당할 때도 많다.

'화만 내는 사람'이라는 뜻인 노인(怒人)이 있다. 주변에 권위만 내세우고 오로지 자기 경험만 앞세우는 고집불통 또는 편집증적인 사고 방식으로 젊은 세대와 갈등만 일으키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駑人)도 환영받지 못한다. 여기서 노(駑)는 둔하다는 의미다. 시간만 보내면서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한 노인(奴人)도 많다. '시간의 노예'로 볼 수 있겠다.

반면에 젊은 세대가 스승으로 삼아야 할 노인들도 많다.

'노력하는 사람'이란 뜻인 노인(勞人). 80세 고령에도 글을 깨치려고 학교를 다니는 할머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할아버지가 대표적이다. 인생 목표를 단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공부'라고 한다.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인 노인(露人)도 있다. 여기서 '노(露)'는 이슬이라는 뜻 외에 '은혜를 베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남김 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으로 떠나시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노'는 '노하우(knowhow)'에서 가져온 표현인데 인생에서 쌓은 지혜와 경험을 전승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1개가 불에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다는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지난주 담배 피운다고 훈계하는 할머니를 벽돌로 내리친 20대 젊은이가 있었다. 슬프게도 할머니는 며칠 후 세상을 달리했다. 할머니의 존재와 훈계는 어떻게 다가왔기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노인들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먼저 지나왔다. 앞으로 겪어야 할 삶이 어떠할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의 성찰이 새삼 우울하게 느껴지는, 세대 갈등과 불통이 극심한 2013년 4월 대한민국이다.

출처 : 창골산 봉서방
글쓴이 : 내가 매일 기쁘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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