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추억
고3...여름
1학기말고사 준비와 수능 준비로도 힘들었지만페이스북
제일 힘들고 괴로웠던 건....
왕따 당하던 제 자신이었습니다.
최고성적 전교 10등...
교내외에서 말썽 피운 적 없었고
선생님들께 불려가서 혼나 본 적 없었고
교우관계도 그런대로 원만하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왕따가 된 발단은 정치경제 과목을 담당하던
2학년 @반의 여자 담임선생님과 친하게 지낸다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학년 자신의 반에서 수업을 하시다가
3학년과 비교를 하시며 2학년의 입학성적이 더 우수하다고 발언하셨다더군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 3학년 대부분의 학생들이 분개하며
노골적인 정치경제 수업거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몇 학생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사실이니까...
우리 역시 입학 초기에 담임선생님께서
선배들보다 입학성적이 우수하다는 말을 듣고 뿌듯해 했으니까...
그리고 매년 입학생들의 성적이 선배들보다 우수하다면
내 모교에 대한 자부심도 더 커질거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전교생이 써클활동을 하게 됩니다.
1,2,3학년이 함께 수업을 받는 시간 입니다.
당시 제가 활동했던 써클은 '시 낭송부'
그 써클담당선생님이...문제의 발언을 한 '정치경제 선생님'이셨고
전 오래 전부터 그분을 존경했습니다.
입학성적 비교 발언 사건 이후
3학년생들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선생님께 위안을 드리고자
써클활동시간이 끝나고 선생님과 계단을 내려오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선생님께 팔짱을 끼었습니다.
'저희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라는 제 물음에
애써 웃으시며 '난 괜찮아'라고 대답하시던 선생님...
그 광경을 목격하던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전...'왕따'라는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노골적인 괴롭힘이 그 때부터 시작되었네요.
정치경제 시간 때엔 맨투맨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수업 시간엔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른 책을 펴 놓고 공부하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잠을 잘 만큼
선생님은... 미운 존재였습니다.
어느 날은 선생님께서 정치경제 문제집을 제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일로 전...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네요. ㅎㅎㅎ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면
제 책상은 난장판이 되어있거나
책이 없어지기 일쑤였고
책가방엔 유성펜 등으로 심한 욕설 등이 낙서되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저를 툭 치고 지나가거나
유치한 욕도 해대더군요.
한 번은... 5층 빈 교실에 불려가서 뺨을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일로 인해 제 뺨을 때렸던 패거리들은
한동안 저를 피해 다녔습니다.
제 눈에서... 살기가 보였거나
담임선생님께 이를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왕따를 당하던 그 때엔
부모님께 말씀 드려볼 생각도 못했고
담임선생님껜...더더욱 말씀 드리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수능시험이고 그 시험 끝나면 기말고사
기말고사 끝나면 방학...
방학이 끝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교에 입학할테니까...
그러고나면 모든게 끝일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괴롭힘을 당하면 당할 수록
오히려 저는 그 아이들을 향해 비웃어주었습니다.
'인생의 낙오자는 바로 너희들이야'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도 날 괴롭히던 패거리 중의 하나와 번잡한 거리에서 마주쳤네요.
남동생과 함께 있던 그 아이...
저와 눈이 마주치자 남동생을 붙잡고 다른 길로 황급히 돌아가더군요.
욕 한마디 못해준 것이... 여지껏 후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렇게 15년이 흘렀습니다.
몇 달 전... 처음으로 남편과 친정어머니께 왕따였던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울 친정어머니...
한 없이 우시더군요.
왜 말하지 않았냐고...
왜 혼자 떠안고 있었냐고...
부모가 되어 자식의 아픔조차 몰랐다니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남편은 곁에서 안쓰러운 얼굴로 말 없이 저를 안아주고는
울고계신 장모님의 어깨도 안아주었습니다.
전... 정말 괜찮았습니다.
졸업하는 그 날까지 괴롭힘을 당했어도
인생의 낙오자로 살아오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그 일이 날 더욱 더 강한 사람이 되게 해 주었으니까...
지금은 추억으로 삼아 웃으면서 말할 만큼
무덤덤한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한 때...'왕따'였던 제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지만
미치도록 싫었던 그 순간에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시험에 치여살았으니 극단적인 생각은 들지도 않았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할 때 친정아버지께서 잠 좀 자라며 제 방 불을 몰래 끄고
안방으로 후다닥 도망가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외부의 적 보다는 내부의 적(?)을 경계하느라 피곤하게 살았던 고3 시절이었습니다.
삶의 끈을 놓아버린 '여고생'...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그 고통의 깊이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타깝고 너무 슬프네요.
혹시라도 왕따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랍니다.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그 힘든 시기 지나고 나면 멋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죽을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버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