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6 07:00 미래를 그리는 색연필
자살예방 자료 화일
학생들이 말하는 왕따 해결법
낮은곳에 서서
2011. 12. 28. 21:37
학생들이 말하는 왕따 해결법은?
신문과 방송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집단 따돌림, 왕따 문제.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대책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곳곳에서 집단 따돌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직접 겪어본 학생들의 경험담과 가해학생의 생각, 그리고 왕따 문제를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각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하루 평균 7,000명에 가까운 방문자가 들어오는 곳이고 학생들이 즐겨찾는 블로그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도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셨고요. 총 347명이 응답해주었고 대부분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의 연령대였습니다. 최소 10분 이상의 공통된 의견만 반영해서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이 바로 참여했던 학생들이나 당했던 학생들 모두가 '왕따 당하는 학생이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입니다. 아무 이유없이 따돌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 학생이 성격적인 면이나 외모에서 뭔가 다른 학생들에게 비호감을 가지게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그런 점을 고치려는 노력이 있어야 다른 학생들도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낯선 학교로 전학온 후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급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외톨이로 남겨진 후에는 반 아이들이 옆에만 다가가도 슬쩍 피해버리거나 제 존재 자체를 무시하곤 했습니다. 소풍을 가도 혼자 떨어져 있었고 나무 뒤에 홀로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비참했어요.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계속 버텼지만 나중에는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반 아이 한명을 붙잡고 내가 싫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대답조차도 거부했지만 몇 번을 부탁하자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보면서 정말 제 자신이 보기 싫었고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왕따를 계속 당하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를 고치는 것이 덜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급 아이들 중 인기가 많고 인간성이 좋아보이는 한 명을 골라서 말을 걸어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 친구와 주변 아이들 모두 모여있을 때는 저를 거부하고 욕까지 하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의외로 한 명만 남아있을 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명씩 한명씩 거리를 좁혀가면서 일부러 활발하려고 노력하고 아무리 우울해도 티내지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서 살짝 칭찬해주고 부럽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제 노력이 통했을까요. 영원히 부셔지지 않을 것 같았던 벽이 무너졌고 지금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경험이지만 돌이켜보면 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돌림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에게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대체로 '보통'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는 무언가가 있는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너무 예쁘거나 못생긴 경우,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너무 독특한 언행을 하는 경우,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불쾌감을 주는 경우, 성격이 나쁜 경우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그리고 남을 왕따시키다가 오히려 나중에 자기가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단점을 찾아내 고치면서 적극적으로 '숨어있는 친구'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집단따돌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부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친구에게 말을 걸어주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함께 어울리도록 설득한다 등등....
하지만 왕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했다가 주위 친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경우 자기가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친구들이 왕따를 시킬 때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도하지 말고 방관자가 되어 조용히 있다가 다른 친구들의 눈을 피해서 왕따 친구에게 조금씩 말을 걸어주고 조언을 해주라는 것이지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친구들이 따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면서 혹시 서로 간의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기도 하고, 그 친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른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눈치껏 만들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급하게 해결하려고 들면 부작용만 더 커진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그 역할을 학급의 리더격인, 성격 좋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그런 친구가 맡으면 효과가 크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선생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자칫 현명하게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차라리 선생님이 나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생님이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례로는 '집단 상담'을 들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학급의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대화를 합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 고쳐줬으면 하는 것 등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소통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이런 점을 고칠테니 너도 너의 문제점을 고쳐주었으면 좋겠어.. 이런 식으로 터놓고 대화를 하면 서로 간의 오해도 풀어지고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칭찬카드'를 이용한다는 대답도 많았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기가 싫어하는 친구'는 답이 제각각인데 '친구들이 싫어하는 친구'는 대부분 일치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별로 특별한 것이 없으며, 그냥 근거없이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니까 자기도 같이 싫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칭찬카드를 이용해서 매일(또는 일정한 날을 정해서) 2~5명의 학생을 선정해서 반 전체가 돌아가며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다 보면 왕따를 시켰던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려고 다른 친구들이 노력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의 상처를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으며 학급 친구들 간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친구사랑 행사 등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와 학생들의 자기반성을 유도하는 학교는 선생님들도 더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게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현상도 많이 줄어든다는 학생들의 경험담이 많았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선생님 반에서는 집단 따돌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셨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학기 초에 담임을 맡으면 가까운 시일 내에 학생과 1:1 면담을 합니다. 그리고 2~3학년이라면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께 정보를 얻습니다.
면담을 하다보면 왕따를 주도할 만한 학생들과 왕따를 당해 온(또는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게 학급에서 왕따를 주도하는 학생들은 소수인데 그런 학생들은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급 임원이 뽑히면 불러서 반 분위기를 수시로 알려주도록 부탁을 해 둡니다.
중요한 건 왕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 초기에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급에서 리더십 있고 인기가 많은 학생들 3~4명을 따로 불러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 달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반 분위기를 알려주는 임원에게는 직접 개입하지 않도록 합니다. 임원들은 담임선생님과 자주 만난다는 점 때문에 잘못하면 그 학생이 왕따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몇 명이 한꺼번에 (선생님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표시나지 않게) 나서서 초기에 분위기를 유도하면 대체로 왕따가 심각하게 발전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학급에서 심각한 왕따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담임선생님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선생님의 노력이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직접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고, 때로는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늘 '왕따로 괴로워하는 저 학생이 내 아이라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부모라면 절대 방관하지 않겠지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내 자식이 당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나선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또다른 선생님은 비교적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왕따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을 주셨습니다. 이미 머리가 커버린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으로 왕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KBS드라마 '꽃보다 남자 ' 중에서
아이가 왕따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직접 학교에 와서 해결해달라고 다그치거나 가해자 학생, 학부모를 찾아가는 일은 금물! 오히려 더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학교에 찾아오기 보다는 전화로 상담을 하시고 담임선생님께서 해결을 하시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자신감을 다시 찾도록 도와주면서 혹시 다른 친구들이 내 아이를 싫어할 만한 점이 있는지 , 만일 그렇다면 스스로 고치도록 옆에서 이끌어주세요. '내 아이는 너무 착한데 나쁜 애들이 괴롭힌다'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소수이지만, 왕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성적 지상주의' '외모 지상주의' 등으로 사람들을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로 나누는 사회 분위기가 학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왕따는 '우월한 자'들의 그룹에서보다 '열등한 자'들의 그룹에서 훨씬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이런 사회의 비뚤어진 심리를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목표의식도 없이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학원을 전전하며 밖에 나가서 실컷 뛰어놀지도 못하는 아이들. 인성교육보다는 눈 앞의 성적과 대입 결과에 연연하는 분위기 속에 학생들은 쌓이는 스트레스를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같은 잘못된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왕따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참여해주신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왕따 문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두번째는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입니다. 이 두가지를 합치면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왕따 문제는 반드시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조금씩 노력한다면 신문 사회면에서 '왕따'라는 단어 자체를 발견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