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성물 처리
(Disposal of Eucharistic Remains)
성찬 성례전이 끝난 다음에 남게 되는 성물의 처리는 기독교가 초창기부터 안고 있던 심각한 사안으로서 초대 교회 때부터 논란이 되어온 문제이다.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카톨릭이나 동방 정교회는 성찬 성례전에서 성물(떡과 포도즙)을 성찬상에서 봉헌한 다음에 성령 임재를 위한 기도(에피클레시스)를 드리면 바로 그 순간부터 그 성물이 주님의 사로가 피가 된다는 화체설을 신봉하고 있다. 주님의 살과 피로 변화된 이 성물을 나누어 준 다음에 남은 성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큰 관심거리였다. 이러한 논쟁의 해결은 어떤 신학자의 해석보다는 역사적인 문헌을 통해 그 대답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기독교 예배의 초기에 속한 3세기 예배를 가장 잘 기록했던 히폴리투스의 '사도 전승'은 남은 성물 처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주고 있다. 먼저, 주님의 몸을 지칭하는 떡에 대하여 주는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교회는 불신자나 쥐나 다른 짐승이 성체를 먹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며, (성체의) 어떤 것도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체는) 모든 신자가 받아야 할 그리스도의 몸이므로 천시해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로 주님의 보혈을 의미하는 잔에 대하여 주는 가르침이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잔을 축성할 때 여러분은 그 잔으로부터 그리스도의 피를 받게 됩니다. 잔을 쏟아 이질적인 영이 그것을 먹게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는 이를 경멸한 여러분에게 노하십니다. 또 여러분은 속량된 그 값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피에 대한 죄인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따르기 위하여 초대 교회 때부터 성직자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 한때는 남는 성물을 모두 땅에 파묻기도 했으나 짐승이나 벌레들이 먹게 된다는 것 때문에 얼마 후에 중지했다. 어느 때는 남은 성물을 버릴 수 없어 성직자가 다 먹다 보니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들리기도 했다. 1525년 개혁 성향이 강했던 길버티 감독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새로운 안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것이 16세기 트랜트 회의에서 공인받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성당 제단 위쪽에 걸려 있는 감실의 설치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영국 성공회의 관습은 중세와 근대 로마 카톨릭에서 모든 성찬이 끝나자마자 그 남은 것들을 먹고 마시는 것과 유사하게 지키고 있다. 루터 교회에서는 남은 성물을 다음 성찬 예배를 위해 종종 저장해 두기도 하지만 그것을 버리기도 한다. 개혁 교회에서는 화체설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성물을 신성시하거나 그 앞에 절하는 행위는 거부한다. 개혁 교회 관습은 일정하지 않지만 떡을 태우기도 한다. 감기교의 경우 포도주는 병에 다시 담고, 떡은 새를 위해 주거나 아니면 던져 버리기도 했다.
문제는 오늘의 개혁 교회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과제이다. 여기에 대하여 많은 개혁 교회 예배학자들은 성물에 대한 신학은 화체설이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신성시하여 모시고 그 앞에 절하는 행위는 거부한다. 그러나 함부로 버리고 나누어 먹고 하는 것은 성찬 성례전의 신성함을 절하시키는 행위이다. 그래서 성공회의 수도원 같은 데서 만든 성찬 떡의 경우는 보관이 가능하므로 정중히 간수했다가 필요한 대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 떡의 경우는 남은 포도즙과 함께 안수받은 교회의 직분자들이 예배 후에 목회자와 함께 앉아 애찬을 갖는 심정으로 함께 남은 성물을 처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이 때는 잡담하면서 먹는 일반 음식의 분위기가 아니라 지속된 성례전의 감정과 몸가짐을 가져야 함을 충고하고 있다. 남은 성물의 양이 적으면 목사 혼자서 이상과 같은 자세로 그것을 처리해도 된다. 또한 성물로 사용된 떡은 그 양과 맛이 인간의 식욕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소량이어야 하고 맛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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