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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0대가 아프다] 집과 학교는 감시·통제의 감옥…‘10대’라는 형벌

by 낮은곳에 서서 2011. 12. 20.

[10대가 아프다]
집과 학교는 감시·통제의 감옥…‘10대’라는 형벌

 

경향신문|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성적 때문에 부모와 친구들을 등지고 세상을 떠나면서 아이팟을 함께 묻어달라고 했다. 14년 인생의 유일한 동반자는 부모도 친구도 아니고 마음의 상처와 외로움을 달래주던 조그만 전자제품이었다.

한 고교생은 공부를 강요해온 엄마를 살해했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은 회원수 2만2000여명의 청소년 인터넷 고민상담 카페에 글을 올렸다. “다들 저를 깔보는 것 같아요. 울 때 거울로 제 얼굴을 쳐다보면서 ‘넌 왜 그러니, 안됐다’라고 혼자 위로하거나 동정해요. 학생이니까 제 꿈도 이뤄야 하니까 공부에 집중할 거지만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도 사회에 나가면 또 이 모습일 텐데…그냥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요.” 많은 아이들이 공감하며 함께 울었다. 이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고민상담글이 올라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너무 힘들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털어놓는다.

정부가 선포한 ‘청소년 헌장’ 서문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며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 가정·학교·사회·국가는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

왼쪽부터 ▲지난 12일 밤 서울 목동 주택가 골목길에서 학원강습을 마친 한 중학생이 귀가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진 채 신음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과 질의 공부를 강요당하고, 마치 하루하루가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중대한 순간인 듯 어른들이 조성한 일상적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생활공간인 가정이나 학교는 물샐 틈 없는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감옥으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아이들이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좌절하고 상처받고 방황하고 있다. 10대가 아프다.

청소년 관련 각종 통계는 아플 수밖에 없는 10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15~19세 청소년 10명 중 7명이 가정과 학교생활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통계청 ‘2011년 청소년 통계’). 성적이 좋은 아이도 나쁜 아이도 똑같이 학업스트레스를 받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0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10명 중 7명이 ‘학업성적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앞으로 해야 할 공부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고 답했다. 15~19세 청소년의 53.4%가 성적 및 진학문제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충동을 느꼈다. 공부와 성적문제를 고민하는 15~19세 청소년의 비율은 2002년 48.9%에서 2010년 55.3%로 증가했다(통계청 ‘2011년 청소년 통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4개국 청소년 건강실태 국제비교조사’ 보고서 결과는 우리 아이들의 학업스트레스가 살인적 수준임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최근 1년 사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한국(87.8%)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일본(82.4%), 미국(81.6%), 중국(69.7%) 순이었다. 스트레스의 원인 1순위는 학업스트레스였다. 72.6%의 한국청소년이 ‘공부문제’를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은 59.2%, 미국 54.2%, 일본 44.7%로 한국에 훨씬 못 미쳤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9~10월 중·고교생 7만5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서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권고시간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계 고등학생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5.5시간에 불과했다. 중학생은 7.1시간이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내놓은 청소년 수면 권고시간 8.5~9.25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한국의 아이들은 잠을 잘 시간에 학원을 다녀야 한다.

아이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201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5~24세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청소년 자살자 수는 2008년 13.5명에서 2009년 15.3명으로 늘어났다.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행복하게 살 여건을 조성할 의무를 가진’ 부모와 선생님은 10대들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청소년의 40.2%가 ‘동성친구에게 고민상담을 한다’고 답했다. 고민상담 대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3.9%나 나왔다. 고민상담 대상이 아버지인 청소년은 3%에 불과했다(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0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점차 부모를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또래에 집착하고, 그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똑같은 점퍼, 똑같은 운동화에 집착한다. 또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돌출행동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10대가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른들은 10대의 고통을 대학 입학 전에 누구나 겪어야 할 통과의례처럼 여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한국사회의 미래 또한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10대가 짊어진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10대의 고통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이들의 아픔을 이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향신문이 ‘10대가 아프다’ 기획을 하는 이유다.

■ 특별취재팀 = 류인하·박효재·곽희양·이재덕·이혜인·배문규 기자
출처 : 내 사랑 중국 ♡ MyLove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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