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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가는대로 ·수필 ·산문· 시

마음 가죽을 베어버리라

by 낮은곳에 서서 2023. 4. 15.

한 생명이 열매를 내고 그 삶을 다했을 때까지 어찌 피와 땀과 눈물이 없었으리요 이제는 다한 한 생명을 보며 흐르는 이 눈물은 ....

 

정부 시니어일자리 창출의 한 가닥으로 요양원에 근무를 한 계기였다.

이것 저것 내부 정리하고 지저분한것 청소도 하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외부와 철저히 통제된채

살아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어쩌면 그런 통제구역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나에겐 엄청난 특권이었다.

요양원 특성상 대부분이 평균 80세 이상의 고령층이며 상당부분이 치매환자층이었다.

치매란 '정신이 없어졌다'라는 라틴어 어원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례로 50대 중반의 젊은 남성환자는 식사를 앞에 갖다주었는데

그것이 먹어야 할 맛있는 양식인줄을 전혀 모른다. 그냥 우두커니 있는다.

나는 숟갈을 쥐어주며, "맛있는 밥이죠! 자 즐겁게 식사합시다" 라고 큰소리로 신호를 주며

국에 밥을 말아서 여럿 반찬을 얹어주며 독려하면, 허허 웃음소리내며 식사를 시작한다.

그는 밥맛을 느끼면서 힘차게 숟가락질을 연실 한다. 

항상 원내에서 식사 속도가 일등이다. 

그러는 중에 잊지않는 행동은 즐겁게 밥을 씹으면서 눈은 지속적으로 내 눈을 바라본다.

많이 즐거워 하는 눈길이다.

바로 옆에 계신 고령이신, 숟가락질도 힘들어하는 그 분을 왔다갔다 하면서 함께 식사 도우미를 한다.

그 분은 죽을 드시는데, 갈은 모든 반찬을 죽에 미리 섞어 드리지 아니하면 반찬만 드신다.

섞어 드려도 한술 뜬후엔 의도적으로 으례히 빈 찬그릇을 계속 수저로 긁는다.

그 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식사를 마친 젊은 옆 바로 그 환자가 기저귀를 빼서 바닥에 내던진거다.

지린내가 갑자기 실내를 덮는다.

요양원 그곳은 작은 전투장이었다.

휠체어를 타고선 보따리를 무릅에 놓고 계속 출입문 앞에 와서 

휠체어로 쳐박으며 문 열어달라 조른다.

집에가서 저녁져야 한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

그래서 정근무자 외에는 출입문 자체를 열수없도록 지문이 등록되어 있다.

 

자주 뵈었다고 그러다보니

"밤새 잘 주무셨나요? 식사는 잘 하셨어요?" 하며

눈인사를 겸하여 말을 건내본다. 

90이 넘으신 깊은 병환의 할머니는 눈만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시더니만

이불속의 팔을 간신히 꺼내시더니 내 손을 꼭 잡는 것이었다.

"손주가 보고 싶으신가봐요 아들 딸이 그리우세요?"

그 연약한 손에 어디에서 나온 힘인지 내 손을 더욱 조이듯이 잡고는

계속해서 내 눈만을 바라보실 뿐이었다.

나의 가슴속에선 

어느 순간 수년전 바로 요양원에서 이렇게 나를 그리워 하시며 그 아들 손 잡아보고 싶어하시다가

요양사 떠주던 식사에 목이 갑자기 맥혀 순식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내 눈물속에 퍼져있었다.

치매도 아닌 골반뼈 파손으로 거동이 부자유했지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어르신들의 식사때다.

전쟁터 맞다. 그렇지만 존엄한 인간예우가 근무수칙이기도 하면서, 여느때는 기계적이었다.

존엄보다는 식사시간 늦는것이 더 문제로 다가오는 그 안의 규칙 ....

 

죽은 나사로를 보시면서 주님은 왜 눈물을 흘리셨나?

'죽음'은 하나님의 질서도 창조열매도 아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나 버린 인간 자체의 불순종 때문이다.

그 인간은 스스로 생명의 책임권한도 없으면서 사탄의 올무에 엮여 하나님과 대적하는 

사탄의 편에 서버린 '죄'의 산물이 되어버린다.

유다와 예루살렘은 하나님을 거역하여 망해가고 있었다.

하나님은 눈물로 그 안의 백성들에게 호소하신다.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렘4:3)

이제 우리 인생은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풍습이라며 관습이라며 전통이라며

이제껏 삶을 합리화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각자 마음의 가죽들을 찢어 내야 한다.

갇힌 사고를 벗어 던져야 산다.

요양원 특수기관안에 갇힌 삶같은 우리 인생들이다.

정신이 없어진 상태로 머므르면 안된다.

죽음에 갇힌 나사로를 바라보신 주님의 가슴에서 난 그 눈물이

말없이 누워계신 그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는 손목잡힌 내 눈에서 흐르는 그 아픔이

"나 여호와께 속하라"하시는 하나님의 그 애절한 호소앞에

그치지 않고 마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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